호숫가의 지팡이



저와 제 아내의 모교회는 엄청 큰 대형교회입니다.
그곳에서 청년부 생활을 한 후에, 전도사로서 첫 사역지로 가게 된 곳이 바로 참빛교회입니다.
이곳에서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모교회에서 느끼지 못했던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음 한 편에, 늘 제2의 모교회로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이 있는데,
이번에 참빛교회 김윤하 목사님 내외와 천영구 장로님 내외가 아프리카 선교트립을 오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함께 동행하신 권경호 목사님 내외 분들과 함께 아프리카 선교 트립의 마지막 일정으로 케이프타운에 오신다는 정보를 얻고, 연락하여 함께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강유가 태어나고나서 가족들이 아직 케이프타운에 오시지 못해서 외로울 무렵 한국에서 손님이 오셔서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대접한건 너무 작지만, 오히려 큰 격려를 받는 시간이었습니다.
장소와 환대를 제공해주신 문세원 목사님 가정에도 참 감사합니다.

Name   pass 

스텔렌보쉬에는 고신출신 가정이 몇 가정 있습니다.
이제 곧 박사를 마치시는 문세원 목사님(신약학) 가정, 스텔렌보쉬가 아닌 UCT에서 교육학을 전공하시는 하복주 목사님 가정. 그리고 저희 가정, 이렇게 세 가정에 플러스 김영애 선교사님, 김재수 선교사님이 계십니다.
또 특별히 N국가의 소수부족을 전도하시기 위해 사전편찬 사역을 하다가, 이번에 공부를 하시러 안식년 동안 들어와 계신 이상용 선교사님 가정이 계십니다. 그런데 이번에, 작년에 설교학 박사를 마치시고 한국에서 '코람데오닷컴'을 운영하고 계신 김대진 목사님께서 이곳에 방문하셔서 고신모임이 또 한 번 뭉쳤습니다.
스텔렌보쉬에서 고신모임은 참 분위기가 좋습니다. 좋은 사람들이 모여있다보니, 자주 모이게 되고 그러다보니 서로 많이 가까워졌습니다.
선후배가 자주 모여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배우는 것이 정말 많습니다. 저는 지금 여기서 막내이다보니, 참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고신 동문들이 학업을 마치신 분들이 많은데, 새로 오시는 분들은 없다보니 조만간 저 혼자 이곳에 남게 생겼습니다.
좋은 고신 분들이 이곳에 몇 분 더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Name   pass 

드디어 첫번째 모듈 시험을 봤습니다. 핑계 아닌 핑계를 대자면, 강유를 임신하고 출산하는 과정 중에 학업이 조금 늦어졌습니다.
그래서 근 1년만에 첫번째 모듈을 겨우 마쳤습니다.
남아공에서 공부하는 것은 영국식 학제를 따르는데, 코스웍(수업)이 없는 대신에 교수가 지정해준 책을 혼자 읽고나서 대화식 시험을 치룹니다.
이런 방식이 장단점이 있겠지만, 저에게는 많은 유익이 있었습니다.
일단 획일화된 공부가 아니라, 자기 공부를 하게 됩니다. 같은 교수 밑에 있어도, 학생의 관심사에 따라 다양하게 다른 책을 주기 때문에,
같은 교수 밑에서도 다양한 관점이 나오게 되고,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할 수 있게 됩니다.
때로는 답답하기도 합니다. 정답을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습성이 몸에 베여있기 때문이죠.

저는 시험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책을 거의 암기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보니 책을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는지, 그 이해도를 조리있게 말로 풀어내고 현실과 적용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았습니다.
오히려 그런 방식의 시험이 저에게는 훨씬 쉽고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시험을 보고 나니, 이어질 두,세 번째 시험이 기다려지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런 방식의 공부를 경험하는 것도 저에게는 참 커다란 복입니다.

Name   pass 

저는 스텔렌보쉬 대학교 신학부에서 조직신학부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제 전공은 기독교윤리학이지만, 이곳에서는 윤리학과 조직신학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곳 조직신학부에서는 공공신학이라는 New Theology도 많이 다루는데, 마침 세계적인 세미나가 우리 학교에서 열렸습니다.
GNPT(Global Network of Public Theology)입니다.
이곳의 메인 스피커로 영국 성공회의 전 캔터베리 주교이자 세계적인 천재적 신학자로 알려져 있는 로완윌리엄스가 초청되었습니다.
또한, 세바스찬 킴으로 세계 공공신학회에서 한국인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신 김창현 교수님도 만나게 되었죠.
특히 세바스찬 킴 교수님과 짧게 공공신학 동향에 대해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공부를 하며 접한 파편적 정보들이 정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공공신학 세미나를 통해 느낀 것들이라면
- 공공신학 자체가 아직 굉장히 젊은 신학이기 때문에, 전체를 아우르는 큰 틀이 아직 약하다는 것
- 무엇보다 다양한 종파가 다 모여있는데, 공공선을 위해 다양한 스탠스의 신학을 어떻게 아우를 것인지에 대한 대답이 필요한 것 같음
- 신학자로서 경제,정치,사회,문화를 모두 다루는데 있어서 전문성의 결여를 어떻게 극복하여 발언권을 얻느냐가 관건이라는 것
- 아직 각각의 이슈에 따라가기 급급하지, 이슈를 선도하는데까지 나아가지는 못한 느낌이라는 것
- 중국도 사회 이슈를 신학으로 해석하는 노력이 있는데, 한국은 사회,정치에서 공공신학이 필요한 시기임에도 독자적 신학이 부재하다는 것
- 공공신학에서는 학문을 깊이 하는 것보다도, 보다 빠르게 넓게 현상을 이해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인상을 받음
- 공공신학의 이런 시도들이 실제 세상의 약한 자들에게까지 미치는 선을 이루어 가고 있는가에 대한 리서치가 필요해 보임
- 즉, 좋은 말만 떠드는 사이, 실제와 괴리가 있는 허상만을 쫒고 있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질문이 나올 수 있음
- 서구 사회는 대부분의 국가가 Christendom이었던 경험이 있고, 기독교가 공적인 지식으로 인정받는 문화가 있는데, 한국과 같이 기독교가 접목된지 얼마 안되었으며, 기독교의 사회에서의 발언권 자체가 없는 나라에서는 공공신학의 접근 자체가 달라야 함
- 즉, 서양에서는 신학자가 정치를 논할 때 권위를 가질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조롱거리가 될 수 있음
- 한국 학생들의 지적 수준으로 충분히 이런 세미나에서 발제까지도 문제 없이 할 수 있음, 단 영어가 문제임

Name   pass 

신학 유학을 남아공에서 한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 나라는 전세계 기독교 안에서 특징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고 수준의 신학과 최악의 교회 여건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즉, 학업과 선교현장 모두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죠.
아마, 신학 유학생들과 선교사가 동시에 이렇게 많이 존재하는 나라는 남아공이 유일할 것입니다.

교단 선배인 김재수 선교사님께서 운영하시는 신학교에, 말라위 목회자(+장로) 3명이 유학을 왔습니다.
이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선교사님이 강사들을 모으셨는데, 저도 한 과목을 부탁받아 '구약 파노라마'를 가르쳤습니다.
세 분 이름은 Moyo, Lushas, 그리고 Andreas입니다. Moyo는 목사님이고 Lushas와 Andreas는 장로입니다.
이미 많은 수백 수천의 회중들 앞에서 사역을 하고 있는 이들은, 왕성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변변한 학위가 없습니다.
물론 공부를 안한 것도 아니고, 실력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국가적으로 학위가 인정되지 않는 무인가 신학교에서 공부한 것이죠.
그래서 더 깊은 사역을 위해 학위가 나오는 공부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남아공에 온 것입니다.

이 신학교가 운영되는 장소는 Wesbank라는 흑인 동네인데 빈민가긴 했지만, 조벅에서도 여러 선교지를 경험한 저로선
크게 위험한 동네 같아 보이진 않았습니다. 사람들도 순박하고 착해보였죠. 물론 흑인 지역에서 일어나는 폭력 같은 것들이,
사람들이 순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우발적인 경우도 많기 때문에 오고가는 길에 늘 긴장을 하긴 해야 합니다.

가르치는 학생들의 기말과정까지 약 3달 정도가 걸린 것 같습니다. 한 시간 수업을 위해, 3~4시간 이상을 준비하고 준비해도,
막상 수업시간에 들어가면 20분 안에 영어가 바닥나곤 합니다. 나머지 30분 이상은 손짓발짓으로 힘든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죠.
저보다도 제 수업을 알아듣기 위해 노력해준 이 세 분에게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이런 퀄리티의 수업을 위해 말라위에서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닐거라는 생각에, 참 미안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남아공에 와서 여러가지 경험들을 하게 되고, 또 여러가지 생각들도 하게 됩니다.

Name   pass 

2년 정도의 한인교회 사역을 마쳤습니다.
남아공에 한인교회 부교역자로 오게 된 것은, 하나님의 인도인 것 같습니다.
물론 사역의 시간동안 탁월하게 잘 하지도 못했고, 무언가 이룬 것도 없지만, 저 자신이 조금 더 나은 목사가 되는데에는 필수적인 경험들이었습니다. 한국에 그냥 머물러 있었더라면, 저의 좁은 시야는 더욱 더 좁아졌을 것이고, 지금 경험하는 많은 것들을 얻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교회 사정상 사임을 하게 되고, 저희는 한국에 바로 들어가기보다는 남아공에서 석사과정을 하고 들어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오게 된 곳이 스텔렌보쉬입니다. 학문적인 수준도 상당하고, 신학을 하기에 또 생활하기에 더 없이 좋은 조건이죠.
개인적으로, 유학을 생각하고 있는 후배들이 있다면 (과 마다 다르겠지만) 추천하고 싶은 학교입니다.
저는 원래부터 윤리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주변에서의 이런 저런 조언들로 인해서 신약학으로 바꾸려고 했었습니다. 신약학을 통해서도 윤리학의 주제들과 얼마든지 연결해서 공부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그렇게 하면 어렵게 잡은 공부의 기회 속에서 후회를 할 것 같았습니다. 결국 윤리학으로 Th.M을 어플라이 했고, 감사하게도 교수님과 얘기가 잘 되었습니다.
미디어 윤리를 공부하려고 하는데, 얼마나 제가 원하는 주제에 근접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하나 하나 찾아가는 모든 과정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Name   pass 

2013년 12월 22일.
남아공 은혜로 교회에 부임해서 정신없이 6개월을 지나왔다.
사역에 깊이 있게 들어갔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생존 자체, 적응 자체가 관건인 나날들이었다.
그런 나에게, 교회는 한 주일의 휴가를 허락해 주었고,
나는 평소에 남아공에 개혁교회를 방문해보고 싶었기에,
Rustenburg에 있는 Reformed Church를 방문했다.
이곳은 천준혁 선교사님께서 사역하시는 교회이자,
정통 개혁교회이다.
이 곳 개혁교회는 담임목사와 부교역자, 협동목회자 등의 상하 개념이 없고, 함께 동역하는 교회이다. 천목사님께 이런 구조에 대해 여쭈어 보았는데, 물론 리더십의 집중이 없기 때문에 불편한 점도 있지만, 그 리더십이 성도들에게 퍼져있기 때문에 교회 자체가 굉장히 stable하다고 하셨다.
우리 가정은 9시 예배와 12시 예배에 참석했는데, 9시 대예배는 아프리칸스어 예배였고, 12시 예배는 영어 예배였다.
아프리칸스는 이곳 남아공에서 주로 화란출신의 백인들이 사용하는 언어인데, 예배 시간동안 한 할머니께서 부지런히 영어로 통역을 해주셨다. 그 통역된 영어 자체도 나는 한 반 정도밖에 알아듣지 못했지만, 대략의 내용은 '영적 전쟁'을 기도로 승리하라는 것 같았다.
나의 짧은 listening에도 불구하고, 그것과 상관없이 한 교회 안에서 역사하시는 성령님의 고요한 임재를 느낄 수 있었다.
역시 개혁교회답게 시편으로만 이뤄진 찬송을 부르는 모습이었다.


2부 예배는 천준혁 선교사님이 직접 인도하시는 영어 예배인데, 영어를 쓰는 흑인들이나 혹은 일부 노숙인들이 모이는 선교적 목적의 예배이다. 10명 남짓이 모였으나, 천 목사님께서 매우 열정적으로 예배를 인도하시는 모습에 큰 도전을 받았다.
주로 나이지리아 등 옆나라 출신의 흑인들과 일부 백인 노숙자들이 드리는 선교적 예배였다. 천목사님께서 전담해서 인도하시는 예배였는데, 빈부와 인종의 차이가 확연함에도 불구하고 예배드리는 모습의 진지함은 서로 동일했다.

정통 개혁교회를 방문하면서 느낀 점이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그 중 첫 번째는 일종의 아쉬움인데, 빈부, 인종, 언어 등의 차이가 사라질 천국에서의 예배를 사모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비록 지상에서의 교회는 서로 처한 상황에 따라서, 드려지는 예배의 형태와 모임이 다를 수 밖에 없지만, 하늘에서의 예배는 이 모든 구별이 완전히 사라지고 한 언어로 함께 예배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이랴.

둘째는 정통 개혁교회의 저력을 느꼈는데, 겉으로 보여지는 liturgy가 밋밋하게 느껴질지라도 그 안에서 충만하게 느껴지는 자유함이 있다는 것이다. 조국 교회는, 많은 경우 겉보기에는 상당히 자유로워 보이나(더 나아가 경박해 보이기도 하나), 실제로는 알게모르게 예배시에 신경쓰고 눈치보아야 하는 억눌림이 상당부분 존재한다. 교역자의 경우에도, 직분자의 경우에도, 새신자의 경우에도 다른 사람 눈치 때문에 존재하는 억눌림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내가 느낀 개혁교회의 예배는, 예전의 formal 속에 자유함이 있었다. 이 차이의 비밀은 분명히 내가 남아공에서 찾아야 한 조각 퍼즐이라 생각한다.

Name   pass 

신대원 3학년 어느 순간부터,
나는 어릴 적부터 계속 해왔던 한 기도제목을 생각해 내었다.
"하나님 나라에 의미있게 쓰임받는 삶을 살게 해 주세요"
이런 기도 제목을 신대원 3학년때 다시 떠올리게 된 것은 아마,
하나님의 복음 선포자로서의 삶을 살기로 내 삶을 드렸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에 걸맞게 다져지지 않고 있다는 위기 의식 때문일 것이다.
내 주변에 주어진 환경 탓은 아니지만, 내 영혼은 지금보다 더 극적인 훈련이 필요했다.
아마도 내 안에 계신 성령께서, 나를 갈증나게 만드신 것이리라.

기도하던 중, 신대원 동기인 형태형을 통해 남아공의 한 교회와 연결이 되었고,
나와 내 아내는 기도의 응답이라 여기고, 아주 쉽게 먼 길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한국에서 사실 더 멀리 갈 곳도 찾기 힘들 정도로 완전히 지구 반대편 어느 나라, 남아공.
전혀 생소하고 생각해본적도 없었던 아프리카의 어떤 나라.
주님은 내 기도를 이렇게 극적으로 들으셨고,
이 땅 위에서, 하나님의 나라가 어떻게 이루어져 가는지를 목격하도록 모험케 하신다.
아프리카 땅 남쪽 한 귀퉁이에서 누리는 <하늘 모험>
내가 이곳 남아프리카까지 오고, 또 이곳에서 경험하는 모든 일은 하나님 나라를 목격하기 위한 순례의 길이다.
구원을 얻기 위한 순례가 아니라, 하나님을 만나기 위한 순례가 아니라,
보다 하나님을 더 극적이고 충만하게 만나기 위한 순례이자, 이 땅 동쪽 끝에서부터 서쪽 끝까지 이뤄지는 하나님 나라를 찾는 순례이다.

기도하면서 기대한다.

Name   pass 
  Login   1
Copyright 1999-2022 Zeroboard / skin by luna